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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둔 유튜브

by Lee Jaehoon 202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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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딜레마

 

'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둔 어머니'라는 이야기,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인 어머니는 우산장수를 하는 자식과 소금장수를 하는 자식을 두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소금이 녹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맑은 날에는 우산이 잘 팔리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라고도 불립니다.)

 

 

출처 : Financial Times

 

요즘 유튜브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이 이야기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롱폼 콘텐츠에 이어 숏폼 콘텐츠인 '쇼츠'까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지만, 정작 유튜브 내부에서는 쇼츠의 성공이 롱폼 콘텐츠를 잠식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쇼츠의 성장

 

우선 쇼츠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쇼츠는 틱톡이 숏폼 콘텐츠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유튜브에서 내놓은 숏폼 서비스입니다. 2020년 인도에서 시작하여 2021년에 본격적으로 글로벌에 진출한 쇼츠는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 성장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몇 가지 지표로 알아보겠습니다.

 

1. 월간 활성 사용자(MAU) : 20억 명

 

- 구글은 2023년 2분기 쇼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2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틱톡의 경우 지난해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6억 명을 기록했다는 발표 이후로 공식 자료를 발표하지 않았는데요. 같은 기간의 비교는 아니지만 틱톡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2. 일일 조회 수 : 500억 회

 

- 500억 회는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인데요. 이해하기 쉽도록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전 세계 인구 모두가 하루에 약 7편의 쇼츠 영상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만약 영상 하나가 15초라고 가정한다면, 쇼츠로 하루에 소비되는 시간은 2억 시간이 넘는데요. 이 시간을 년으로 환산하면 23,782년이 됩니다. 즉, 하루 동안 시청되는 쇼츠의 시간을 합산하면 약 24,000년 정도가 되는 셈입니다. 정말 놀라운 숫자입니다.

 

이처럼 쇼츠는 출시한지 1~2년 만에 숏폼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후발주자라는 불리함이 있었음에도 유튜브라는 거대한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롱폼 vs 숏폼

 

이처럼 쇼츠가 빠르게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데, 유튜브가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롱폼 콘텐츠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동영상이 길수록 더 많은 광고가 가능하고, 클릭률이 더 높으며, 유료 구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쇼츠는 영상의 길이가 짧기에 광고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듯 조회 수 성장곡선에 비해 아직까지 광고 매출 수익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광고 수익 하락한 모습 (출처 : Insiderintelligence)

 

이와 동시에 숏폼 콘텐츠의 고질적인 문제인 품질 저하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직 조회 수만을 목적으로 자극적인 주제나 제목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업로드 속도가 짧은 것을 이용하여 동일한 영상을 대량으로 게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관리의 어려움을 이용하여 성인/도박 사이트 등의 불법적인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짧은 시간에 정보를 압축하여 올려야 하다 보니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5) 숏폼의 특성상 원하는 영상을 클릭해서 보기보다 알고리즘에 의해 연속 재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부적절한 영상이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밖에도 숏폼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기억력과 집중력을 저하시키며,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등의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를 운영하는 회사의 사회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Quality = Money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품질 높은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높은 수익을 지급하도록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경우 높은 품질의 영상이 반드시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이 품질 향상에 큰 동기부여를 얻고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속적으로 품질 낮은 영상이 많아지면? 광고주의 지갑을 열기가 어려워집니다.

 

ⓒ 이재

 

"광고주 입장에서 영상의 조회 수만 높으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상 품질과 광고주와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브랜드 이미지 : 광고주의 주요 목표는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품질이 낮은 영상에 광고가 노출되면, 해당 영상의 부정적인 인상이 광고주의 브랜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다양한 광고 형태의 수용 : 고품질의 영상은 다양한 형식의 광고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 내용에 맞게 통합된 네이티브 광고나 스폰서십 형태의 광고가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 기존에 인기 있는 영상 포맷에 서비스를 녹여 광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광고 형식은 시청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선호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3) 시청자의 재방문율 : 품질이 높은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며, 그로 인해 시청자들의 재방문율이 높아집니다. 광고주에게는 이러한 재방문율이 중요한데, 이는 꾸준한 브랜드 노출과 공고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영상의 품질은 단순히 좋은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광고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로 인해 품질 중심의 콘텐츠 제작이 필수적이며, 선순환이 지속되도록 시스템을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 수 있고, 이미 하고 있다.

 

물론 유튜브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하나둘씩 적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올해 초부터 쇼츠 사이에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테스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최적화된 전략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곧 수익성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얻어진 수익의 45%를 크리에이터에게 배분하면서 그들의 창작 활동에 동기부여를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품질 저하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시청자가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펀딩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한 것입니다. 기존 실시간 스트리밍에서 제공되던 '팬 펀딩'기능이 쇼츠에도 적용될 예정인데, 이는 시청자가 크리에이터에게 현금을 후원하면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띄울 수 있는 '슈퍼땡스', 채팅메시지에 색깔을 입히고 일정 시간 동안 채팅창 상단에 고정하는 '슈퍼챗' 등의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크리에이터와 팬들 간의 소통과 유대가 강화시킬 것이며, 지속 가능한 채널로 성장하는 것을 유도할 것입니다.

 

이 밖에도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영상의 경우 수익 공유를 하지 않는 등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는 영상 관리에 있어서 많은 노하우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영상에 대한 관리도 점차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어느 한 쪽이라도 성공하면 그것으로 충분

 

사실 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는 긍정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어머니에게 누군가가 "거꾸로 생각하면 날이 맑을 때는 소금장수가 잘 돼 좋고, 비가 올 때는 우산장수가 잘 돼 좋은 거 아니겠느냐. 결국 어느 때고 좋은 거다."라는 조언을 해주자 기쁜 얼굴로 그 말을 받아들이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서두에 딜레마라고 표현했지만, 유튜브 입장에서는 롱폼과 숏폼, 두 가지 패를 모두 들고 있는 셈입니다. 심지어 두 가지 패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패들입니다. 최근 숏폼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트렌드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기에 다시 롱폼이 주목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튜브는 두 가지의 콘텐츠 형식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플랫폼 춘추전국시대에서 천하를 제패했던 유튜브라면, 앞으로의 변화에도 능숙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에 유튜브가 보여준 우려와 걱정의 모습은 이미 최고의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유튜브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게 될지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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