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점령하지 못한 나라
글로벌 검색 엔진 시장에서 구글은 절대적이며 독보적인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글도 점령하지 못한 세 나라가 있는데, 국가적 특성(러시아,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검색 기술의 승리라기보다는 한국 특유의 감성을 터치한 콘텐츠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지식인, 블로그, 길찾기 등을 통해 구글과의 차별점을 두었고, 이를 통해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빨간불이 들어온 네이버
과거부터 ‘구글링’이라는 표현이 대명사화되었듯 정보 검색 능력은 구글이 항상 선두에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앞세운 구글의 ‘바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챗’의 진격으로 네이버와 외국기업 간의 검색 기술의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이러한 기술 격차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공고하던 점유율에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검색 점유율의 통계는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검색 서비스는 구글, MS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네이버에서는 그 특유의 콘텐츠로 한정된 사용자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색 기능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과거 야후의 몰락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야후의 몰락
야후는 인터넷의 대중화가 채 되기 이전부터 이미 검색엔진을 개발할 만큼 선구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선점 효과를 통해 2000년대 초반까지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글이 출현하며 야후의 영광은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혁신적인 검색 기술로 무장한 구글은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야후의 검색엔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었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검색이 필요할 때 점차 구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야후는 검색 엔진 본연의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당장의 수익 창출을 위해 서비스의 유료화, 번잡스러운 광고, 콘텐츠에만 치중하다 보니 점차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구글과의 제휴, 자체 검색 엔진 개발 등에 힘썼으나 이미 떠나간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웠고, 그 이후에도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의 미래는?
야후의 몰락을 보면서 두 가지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검색 엔진 포털이라면 본연의 검색 서비스에 소홀해서는 안 되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ChatGPT를 필두로 하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네이버의 미래도 결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네이버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 방안을 하나씩 발표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한국어 학습량을 기반으로 자체 대형 언어 모델(LLM)인 하이버클로바X를 출시했습니다. 하이퍼클로바X는 ChatGPT보다 한국어 학습량이 6500배에 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ChatGPT는 한국어보다 영어로 대화할 때 더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하이퍼클로바X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 개발 AI 챗봇인 ‘큐:(Cue:)’의 발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큐는 언제든지 사용자와 대화할 준비돼있는 프롬프트 신호를 의미합니다. 이를 빙챗처럼 검색엔진에 녹여낼지, 별도의 서비스로 떼어낼지는 미정이며, 다음 달 중 베타서비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큐’는 그동안 네이버에서 축적해 온 사용자의 검색 흐름 데이터를 모델링 하여 검색에 특화시켰다는 내용이 발표됐습니다.
이렇듯 지난 20여 년간 공고히 지켜온 1위의 자리를 글로벌 기업에 넘겨주지 않으려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AI 검색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는 네이버, 한국의 검색 엔진 시장에서의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네이버가 변화의 물결에 잘 대응하여 1위의 아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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