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매장 감소
아마존 고(Amazon Go)는 아마존이 운영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으로 2016년부터 자사 직원 테스트를 진행하고, 2018년 1월 22일(현지시간) 일반인에게도 개방을 했습니다.
아마존 고는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고 입장하여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퇴장할 때 연동된 카드로 자동결제되는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출시하자마자 화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당시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는 2021년까지 아마존 고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6년 뒤, 전 세계 아마존 고 매장 수는 미국 23개, 영국 20개로 총 43개에 불과합니다 (2023년 4월 기준). 목표로 내세웠던 매장의 수 대비 많이 초라해 보이는 숫자인데요.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높은 운영 비용
아마존 고가 제시한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은 수많은 장비와 기술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천장에는 수백 대의 카메라가 손님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이미지 인식 기술로 손님이 집은 제품을 정확히 판별해 내야 하며, 손님이 제품을 집었을 때 줄어드는 무게를 판단하여 정합성 체크도 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정확도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한 학습/개발비용과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캐셔는 없어졌지만 재고 관리 등을 위한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므로 인건비를 혁신적으로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운영 안내를 위한 직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일반 매장 대비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경쟁력 부재
이렇듯 엄청난 인프라와 첨단 기술력이 투입하여 결제에 소모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결제 과정 자체를 없애는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문제는 그 혁신성이 아마존 고가 가지는 장점의 전부라는 점입니다.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끄는 것은 단순히 시간 절약 외에도 상품의 다양성,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 매장의 접근성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런 요인에서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였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 거래 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마존 고의 상품 구성은 제한적인 곳이 많았으며, 가격 또한 타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또, 수많은 경쟁업체 대비했을 때 매장 수도 굉장히 적었기 때문에 접근성에서도 떨어졌습니다.
딜레마
사실 이러한 문제는 돈과 시간을 들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매장의 수를 대폭 늘리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여 손님의 유입량을 늘린다면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매출 및 회전량 통계가 뒷받침되면 다양한 상품이 서로 입점하려는 상황이 발생하여 상품의 퀄리티 및 구성 측면에서도 유리해집니다.
다만, 여기서 투입되는 돈과 시간이라는 것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선 매장을 오픈하려면 일반 매장 대비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수많은 인프라와 하드웨어가 전문적이고 안정적으로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초기 투자 비용도 일반 매장 대비 굉장히 높습니다.
물론 아마존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 정도의 투자는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아마존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존 고는 실패작인가?
미래의 소매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야심 차게 시작한 아마존 고, 지금까지의 얘기만 들어보면 테크 기업이 실패하는 전형적인 이유인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만들어 기술로 해결한다"를 몸소 보여준 듯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실패라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데이터도 결국 아마존의 자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쌓이고 기술 발전으로 인한 경량화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이 이루어진다면 점차 수익성이 증가할 수 있고, 꼭 아마존 고가 성공하지 않더라도 아마존 고를 통해 잘 학습된 해당 기술은 "입장 -> 행동 -> 퇴장"을 하는 모든 기업에서 확대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천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으로의 전향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마치 AWS가 성공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기술력의 기술 정확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확도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오차가 없고, 제품을 집었다가 다른 곳에 내려놓는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도 오차도 굉장히 작다고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영국 유통 기업 브랜드 마켓 익스프레스는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높이 평가, 이를 활용하여 영국 최초로 캐셔리스 매장을 구현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21년 스타벅스에서도 동일한 기술을 활용하여 계산원 없이 음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만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원천 기술 공급 기업으로써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마존 고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경쟁사라 볼 수 있는 Microsoft, Google 등의 테크 기업이 최근 AI 관련 기술을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이 '저스트 워크 아웃' 등의 기술로 테크 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기대해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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