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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애플이 애플했다.

by Lee Jaehoon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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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7년간 공들여 내놓은 '비전프로(Vision Pro)'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술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바로 제품의 가격입니다.

 

비전프로의 가격은 $3499, 한화로 약 450만 원입니다. 이 가격은 메타에서 최근에 출시한 '메타 퀘스트 프로'의 가격인 $999의 약 4배에 달합니다. (참고로 메타 퀘스트 프로는 $1499로 처음 출시되었으나, 논란이 일어나자 $999로 가격을 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애플 제품의 성공 여부는 가격보다는 다른 요소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근거로 아이폰, 에어팟, 맥북 등은 늘 경쟁작 대비 고가의 제품이었음에도 경쟁력을 유지해왔습니다.

 

오늘은 애플이 과거 내놓은 제품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고 비전프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아이폰 - 혁신의 시작

 

아이폰이 처음 출시될 때, 당대 핸드폰 가격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매우 높았습니다.

 

실제 출고가 기준으로 4GB 모델이 949달러(100만 원), 8GB 모델은 1049달러(110만 원)에 달했습니다. 당대 피처폰의 고급형이 60만 원 대를 넘지 않았고, 블랙베리 등 PDA폰 또한 100만 원이 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고가의 제품이었습니다.

 

 

 
전설의 시작 (출처 : Macworld San Francisco 2007 Keynote Address)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UX(사용자 경험)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더 나아가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 앱스토어의 출현, 우수한 디자인과 빌드 퀄리티 등도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에 일조했습니다. 

 

 

에어팟 - 콩나물의 반전

 

에어팟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도 당대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가장 비싼 제품 중 하나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에어팟은 디자인에 대한 비판도 동시에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소한 디자인을 보고 콩나물 같다며 '콩나물팟'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에어팟은 선명한 사운드 품질, 뛰어난 배터리 수명, 무선 충전 케이스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여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디자인 또한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오히려 시대를 앞서나간 디자인이었다며 평가가 뒤집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에어팟은 출시되자마자 승승장구했고, 출시된 16년 이후 바로 이듬 해인 17년부터 무선이어폰의 점유율이 유선이어폰보다 높아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맥북 - UX의 힘

 

마지막으로 맥북 역시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제품입니다. 그러나 맥북은 애플의 운영 체제인 macOS와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어 UX(사용자 경험)이 뛰어나며, 높은 품질의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되어 사용자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맥북의 자사 제품과의 뛰어난 호환성은 사용자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하여 애플 생태계에 완벽하게 종속되게 만드는 Lock-in 효과를 완벽하게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스타벅스의 뛰어난 마케팅과 브랜딩이 한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스타벅스에 입장하기 위해서 애플의 전자기기를 갖춰 품격을 보여야 한다는 밈이 있을 정도인데, 이때 대표되는 것이 맥북입니다.

(관련 웹툰 보러 가기 : 요즘 스타벅스 갈 때 꼭 필요한 것)

 

 

비전프로는?

 

앞서 출시된 애플의 제품의 성공 요인을 봤을 때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졌습니다.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소비자들은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비전프로를 구매할 것입니다.

 

 

Vision Pro (출처 : Apple)

 

 

 

그렇다면 이번에 비전프로를 통해 제공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애플 CEO 팀 쿡의 얘기를 빌려 알아보겠습니다.

 

팀 쿡은 비전프로 출시를 발표하며 "맥(Mac)이 우리에게 개인 컴퓨팅을 소개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비전 프로가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Spatical Computing)에 대한 지평을 열어줄 것" 이라 선언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개념보다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면에 있어서 메타가 추구하는 이념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어서 비전프로에 대한 평가를 몇 가지 모아보겠습니다.

 

긍정적 평가

 

1) 애플의 비전 프로 시연을 보고 난 뒤 이 제품이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의 첫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빈 루스 – 뉴욕타임스 기술 칼럼니스트)

 

2) 비전 프로의 시선 추적과 제스처 제어는 거의 완벽하다. 확장현실(XR) 헤드셋의 플라톤적 이상(platonic ideal)이다. (IT 전문매체 ‘테크 크런치’ 편집장)

 

3) 비전 프로를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할 만한 요소가 확실히 존재한다. 비전 프로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의 상당수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특성을 대거 차용했다. 이 부분에서는 특별히 혁신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요소를 기기 단 한 대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여러 요소를 결합한 모습을 보고 싶다. 비전 프로가 성장하고 발전할 시간을 주되, 2D 세계에 너무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머리와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레이먼 라마스 – 조사 기관 IDC 연구 국장)

 

부정적 평가

 

1) 착용 시 코와 이마에 무게감이 느껴졌고, 약간 메스꺼웠다. 좋게 말하자면, 마치 애플이 머리에 거대한 애플워치를 붙여놓은 느낌이다. 모두를 위한 것도 대부분의 사람을 위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조안나 스턴 – 월스트리트저널 기술 칼럼니스트)

 

2) 부피가 큰 외장형 배터리 팩, ‘킬러 앱’ 부족으로 비전 프로는 아직 대중적 소비에 준비돼 있지 않다. (모건스탠리)

 

3) 애플은 2시간 배터리 수명과 3500달러에 소비자용 앱, 그리고 마케팅을 통해 ‘상어를 뛰어넘었다(jump the shark) -> 핵심 아이디어를 소진하고 품질, 예술적 가치 또는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점에 도달한 창의적인 프로젝트 또는 회사 (토니 파델 – 아이팟 아버지)

 

 

내용을 축약하자면,

시선 추적, 손 추적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공간 컴퓨팅으로써의 존재감은 확실하지만,

무게감이 있고, 배터리는 한계가 명확하며, 킬러앱(콘텐츠)이 부족하다는 평으로 나뉘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평가 중에서 가장 크리티컬한 점은 킬러앱(콘텐츠)의 부족이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제품 단계에서 '일'을 하기 위해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보다는 단순히 제품을 '즐기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은 일반 대중 소비자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사실 비전프로에 대한 평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지만, 이는 애플의 예상 범주 안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충분히 성공적인 결과로 보입니다. 세간에서 단점으로 지목된 점들은 애플에서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고(발표에서도 배터리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감추고 있는 등), 이러한 단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로 보입니다.

 

이번 비전프로 출시로 XR 헤드셋 시장을 단숨에 점령하고자 하는 전략은 아니었을 것이라 예상되며, 궁극적인 목적은 메타에 쏠려있던 소비자의 시선을 애플로 돌리려는 목적이 강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이며, 높은 가격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제품이 개선됨에 따라 늘 그래왔듯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본격적인 시장 점유는 단점을 극복하고 나온 후속작이 나온 뒤부터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참고로 비전프로의 연간 판매 목표는 90만 대이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비전프로의 성공 여부에 대한 예상을 해보았습니다. 생성형 AI 소식이 온 세상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애플의 신제품이 얼마나 큰 돌풍을 일으킬지 기대해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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