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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엔비디아보다 성능 좋다던 K-스타트업, 현주소는?

by Lee Jaehoon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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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가(2023년 5월 26일 기준)

 

AI 골드러시로 인해 엔비디아가 수혜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주가는 6개월 전 대비 146.07% 상승했고, 그 사이 시총은 1억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승세의 원동력은 엔비디아가 AI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Why NVIDIA?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에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년 이상에 걸쳐 그래픽카드 개발에만 매진했고, 이를 통해 게임과 암호화폐 채굴 등 다양한 시장 요구에 대응하며 기술력을 키워왔습니다. 최근에는 AI 학습에 대규모 연산처리가 요구됨에 따라 AI 학습에 특화된 엔비디아의 GPU(Graphics Processing Unit)가 많은 선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AI 학습에 특화되었다는 뜻은 쉽게 말해 딥러닝에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요.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병렬 연산 처리의 최적화된 'CUDA' 코어를 GPU에 적용함으로써 타사 대비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 Fierceelectronics

 

특히 현재 상용화된 AI칩 중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A100' 모델은 OpenAI에서 ChatGPT를 학습할 때 1만 개 이상을 사용했다고 알려졌으며, 현재는 2.5만 개를 활용하여 학습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개념 설명을 하나 하겠습니다.

 

팹리스 :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으로는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파운드리 : 반도체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대표적인 파운드리 기업에는 TSMC와 삼성전자가 있습니다.

 

즉,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엄밀히 말해 집적적인 경쟁사이기보다는 파트너사의 관계이고,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을 만나서 영업을 하기도 했었죠)

아직까지 국내에는 엔비디아에 견줄만한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팹리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합니다.

 

 
출처 : IC Insights

이런 상황에서 아직 덩치는 작지만 AI칩에 집약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기업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퓨리오사AI, 사피온, 리벨리온입니다.

 

이들은 저마다 엔비디아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팹리스 시장 진출에 자신 있어 하는 모습입니다. 과연 그들 말대로 국내에도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각각의 기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앞으로 'MLperf'라는 용어가 많이 나올 예정이라 먼저 설명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MLPerf란, 학계/연구 실험실 및 업계의 AI 리더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공정하고 유용한 벤치마크 구축"을 미션으로 하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의 훈련과 추론 성능 모두를 규정된 조건에 따라 편견 없이 평가합니다.

 

 

퓨리오사AI

 

가장 먼저 퓨리오사AI는 인텔, AMD, 삼성전자 등 굵직굵직한 반도체 기업을 거쳐 온 백준호 대표가 2017년에 설립한 기업입니다. 설립 초기부터 많은 기대를 받으며 앞에서 언급한 세 기업 중 가장 먼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기업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출처 : 퓨리오사AI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요 전략은 고성능보다는 전력효율성입니다.

 

ChatGPT와 같은 초거대언어모델의 경우 운용에 쓰이는 에너지와 인프라의 비용 문제가 반드시 수반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퓨리오사에서 내놓은 것이 신경 처리 장치(Neural Processing Unit, 이하 NPU)입니다. NPU는 GPU와 마찬가지로 병렬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으면서, 인공신경망과 같은 예측 모델, 기계학습, 심화 학습 알고리즘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퓨리오사AI의 대표 제품 '워보이'는 엔비디아의 동일 성능 모델 대비 전력을 40%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히며,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신생 AI 기업 대상으로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워보이'는 23년 4월 5일, 삼성전자 파운드리 14나노 공정을 적용하여 양산에 돌입했으며 엔비디아 대비 가격경쟁력과 저전력 소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사피온

 

사피온은 SK그룹 산하 ICT 계열사 SK텔레콤·SK스퀘어·SK하이닉스 3사가 800억 원을 공동 투자해 설립했습니다.

 

 

 
출처 : 사피온

 

사피온 역시 작년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의 A2 모델 대비 최대 2.3배에 달하는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러나 비교 대상으로 지목된 A2는 엔비디아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기록하고 있는 모델이 아니기에 성능 측면에서 엔비디아를 넘어섰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곧 출시될 예정인 X330은 X220 대비 4배 이상의 성능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그럼에도 역시 경쟁 대상은 보급형 AI칩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황석중 사피온 R&D센터 아키텍처 팀 리더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피온의 장점은 AI 추론에 특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아키텍처 설계에 있다”, “같은 연산을 수행하더라도 하드웨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타사보다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낮은 소비전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이한 점은 사피온은 국내 기업임에도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의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TSMC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피온 입장에서도 시장에 진출하는 스타트가 매우 중요한 만큼 기술/비용 측면에서 삼성전자 대비 좋은 조건을 내세운 TSMC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 정설입니다.

 

 

리벨리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인텔과 스페이스X, 모건스탠리 등을 거친 박성현 대표가 창업한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됐다. 박성현 대표를 필두로 ARM, 삼성전자, SK하이닉스, IBM왓슨 등의 세계 유수기업 출신의 인재와 석학들이 다수 모여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처 : 리벨리온

 

리벨리온 역시 설립 1년 반 만에 내놓은 모델 '아톰'으로 MLPerf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ResNet50(비전) 분야에서 동급의 엔비디아 모델 대비 3배 빠른 작업 속도를 보였으며,

BERT-Lager(언어) 분야에서는 2배 빠른 작업 속도를 보인 것입니다.

 

언어와 비전 모델 모두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엔비디아가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범용성 AI칩 개발에 한 걸음 다가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벨리온은 전략적 투자자인 KT 서비스 제품에 '아톰' 탑재를 목표로 양산 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경쟁.. 가능할까?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기술력을 따라가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이미지 처리, 언어 처리, 저전력 등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엔비디아의 GPU는 전반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표에 '동급 모델 대비'라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처 : 엔비디아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지점이 국내 기업이 파고들 지점이기도 합니다. 범용적으로 높은 성능을 자랑하고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에 전반적으로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인데, 국내 기업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설계와 가격 경쟁력을 시장에 제공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엔비디아 DGX H100의 경우 매달 임대 비용이 3만 7천 달러 수준에 이르기도 합니다.)

 

앞서 짧게 소개해 드렸던 것처럼, 현재 AI 개발과 학습에 필요한 인프라와 운용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거대 빅테크 기업과 신생 기업 간의 자본 차이로 기술 빈부격차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은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특정 분야(언어면 언어, 이미지면 이미지)에 특화된 AI칩을 시장에 저렴하게 제공하여 조금씩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전략을 세우고 시장 진출을 진행 중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든든한 국내 반도체 인프라와 정부 지원

 

또 한 가지 긍정적인 요소는 국내에 든든한 반도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점입니다.

반도체 생태계는 팹리스, 파운드리를 주축으로 이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로 구성되는데,

한국은 팹리스를 제외한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분야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팹리스 기업이 높은 기술력만 갖춘다면 안정적인 생산에 돌입하는 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 SK, KT 등 굵직한 대기업에서 팹리스 스타트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기존 AI 반도체 사업을 종합·체계화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8262억 원을 투자하는 고도화 로드맵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팹리스 기업의 제품이 데이터 센터에 적극 적용될 예정으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의 선순환이 기대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국내 팹리스 기업의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최근 MLPerf 등을 통해 기술력에 대한 인정은 받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입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엔비디아를 선호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1) 기술력

2) 국내 반도체 인프라

3) 정부 차원의 지원

 

등이 점차 박자가 맞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여겨지며,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도 엔비디아와 견줄만한 국내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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