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대체육'이 뭐야?
대체육?
배양육?
이 두 용어를 언론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언뜻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이 둘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관련해서 오늘은 대체육과 배양육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육식의 시작
인간이 육식을 하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20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호모 하빌리스가 등장한 시기와 일치하는데요. 호모 하빌리스는 이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뇌의 크기가 약 2배 정도 큰 것으로 확인되는데, 다른 포식자가 먹다 남긴 사체에 도구를 사용하여 두개골이나 뼈를 깨고 그 안의 골수를 꺼내 먹으면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뇌가 발달하게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전부터 육식을 해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적어도 200만 년 동안은 육식을 해온 셈입니다. 그만큼 육식은 인간의 역사와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육식과 현대의 육식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요. 과거에는 자연에 있는 동물을 직접 사냥하여 섭취했다면, 현대는 동물 사육을 통한 육식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육식의 문제점
사육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기의 생산량과 소비가 증가하였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1. 대규모 동물 사육으로 인한 환경 오염
2. 생산만을 위한 사육으로 인해 동물 복지 문제
3. 과도한 육식으로 인한 건강 문제
4. 동물의 도살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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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들이 야기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육식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기에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여러 동물 복지 단체, 환경 단체의 노력으로 일부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체육
'대체육'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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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이란, 말 그대로 고기를 대체하는 식재료를 의미하는데요. 주로 콩단백질 또는 밀가루 글루텐 등의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져 식물성 고기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대체육은 위에서 언급한 4가지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영양학적으로도 육식에 비해 장점이 많습니다.
대체육은 식감이나 맛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을 이뤄 실제 고기와 상당히 흡사한 맛을 내고 있으나, 그럼에도 완벽하게 고기의 맛을 재현하지는 못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양육
대체육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배양육'입니다.
배양육이란,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액에서 발달시켜 '진짜 고기'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이는 단순하게 고기의 맛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고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므로 대체육의 맛과 식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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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소태아혈청(FBS)를 이용하여 만들었는데, 이 방식은 임신한 소를 도축 또는 유산시켜 태아를 적출하여 만드는 방식으로 동물 복지 문제, 생명 윤리 문제 등에서 있어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혈성 배양액 방식으로 동물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배양육으로 근접했습니다.
생산 비용 또한 초기 개발 단계에 비해 많이 낮췄기 때문에 곧 일반 소비자들의 밥상에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배양육에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 대중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립니다. 생산단가를 맞춘 회사는 아직 소수의 회사에 불과하며, 대부분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양산화를 위해서는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 맛과 식감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실제 고기의 형태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스테이크의 모양이나 마블링 등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직 어렵습니다.
- 도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포 증식 한계로 지속적인 세포 채취가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로 받아들여지는데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 문제에 있습니다.
축산업계와의 정면 대결
육식을 인간과 쉽게 떼어놓을 수 없는 만큼 이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배양육은 고기를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이기 때문에 축산업과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데요. 이에 따라 축산업계에서는 배양육에 대한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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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쟁구도는 배양육 표기에 있어서 가장 크게 두드러집니다.
세포를 배양해서 만들었다는 뜻의 '배양육(Cultured meat)'는 여러 용어로 불리고 있는데, 배양육 업계에선 친환경적인 고기를 뜻하는 '클린미트(Clean meat)', '세포배양육(Cell-cultivate meat)' 등의 긍정적인 용어를 내세우는 한편, 축산업계에서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랩 그로운 미트(Lab-grown meat)'나 '합성고기(Sythetic meat)' 등의 부정적인 용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고기이지만, 친환경입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입니다"
둘 중에 어느 것을 구매하고 싶으신가요? 대부분 전자의 문구이실 겁니다.
이처럼 용어 사용의 경우 대중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며, 각 정부에서도 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배양육의 대중화는 그 장점들을 고려하면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으로 보입니다. 잘만 정착된다면 미래의 주요 식량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샥스핀'의 행보를 따라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샥스핀은 건강에 좋은 고급 요리로 알려졌지만, 사실 영양학적으로 큰 가치가 없고, 맛에 있어서도 대체를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한 포획 과정이 잔혹하며, 최상위 포식자를 인위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로 생태계에도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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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샥스핀의 판매는 백해무익함에도 아직까지 판매 중인 곳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샥스핀이 단순히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가격이 높다 보니 부자들의 사욕을 채우기 좋은 대상이 된 것이죠.
배양육이 온전히 대중화가 되면, 실제 고기에 대한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특정 계층에서만 수요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마치 샥스핀이 그랬던 것처럼 사회 내에서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너무 앞서간 걱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양육의 대중화를 추진할 때에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되어야 하며, 사회 역시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분명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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