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 조용해서 더 무서운 중국

ChatGPT로 촉발된 AI 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AI에 대한 투자와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전쟁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나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AI 분야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은 여전히 AI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확실한 성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본격적인 야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양적 성장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 엔진 기업이자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Baidu가 최근 14억 5천만 달러의 AI 펀드를 발표한 것으로부터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펀드는 기존의 OpenAI의 펀드와 같은 성격을 띠며, 중국 내 AI를 활용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초기 단계 투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출처 : Techcrunch

 

 

또한 Baidu는 이 펀드를 활용하여 자체 개발한 대형 언어 모델(LLM)인 ‘Ernie Bot’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중국 내 개발자들이 새로운 AI 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기술 제재를 받더라도 내재화된 자체 기술로 타격을 흡수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목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질적 성장

 

기업 측면에서 양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동안, 중국 정부는 질적 성장에 대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초안을 발표한 것입니다. 

 

 

규제 초안 발표 현장 (출처 : Stanford University)

 

 

'Measures for the Management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Services(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조치)' 라는 문서의 주요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는 지적 재산이나 개인 정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2) 알고리즘은 인종, 민족, 나이, 성별 및 기타 속성을 기준으로 사용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3) AI 회사는 훈련 데이터를 얻은 방법과 데이터에 라벨을 지정하는 사람을 고용한 방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전체 내용 보러 가기 : 링크)

 

그동안 중국의 AI 발전은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는데, 이번 발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유의미한 발표로 판단됩니다.

 

 

AI 생태계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21년 전 세계 AI 특허 출원의 절반 이상을 출원했으며, 중국 연구자들이 AI 저널 논문과 AI 인용의 약 3분의 1을 생산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출처 : AI Index(Stanford University HAI)

 

 

또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란셋(The Lancet), 셀(Cell) 등 저명한 의학 저널을 소유한 학술 출판 기업 엘스비어(Elsevier)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의료 AI 분야 과학 연구 상위 5개국 중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AI와 관련된 많은 분야에서 세계 탑급의 지표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얼마나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

 

지금까지 중국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잘 포장된 외실보다는 내실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행보를 보면 외실뿐만이 아니라 내실까지 확실히 갖추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자본력과 생산력에 있어서 명실상부 최고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AI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얼마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규제와 투자의 적절한 균형을 이뤄 AI 전쟁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